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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수술후기

by 늘햇살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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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디어 수술

드디어 기다리기도 두려워하기도 한 수술날이 왔습니다. 여러 차례 간호사분들이 다녀갔고 저는 양갈래 머리를 하며 천천히 준비를 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머리끈도 준비해 갔지만 병원에서 준 머리 끈을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준비해 준 노란색 고무줄로 준비를 했습니다. 덕분에 40대에 양갈래 머리를 해 보았습니다. 출산 이후에 처음인 수술이라 너무 떨리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목소리의 변화가  가장 궁금하실 거 같아 후기를 적습니다. 저 또한 목소리가 가장 걱정되기도 했었습니다. 여기저기 여러 차례 질문도 해봤지만 케이스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사이즈여서 더더욱 감이 안 왔습니다. 그리고 성대에 멀지 않은 위치라 걱정도 되구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목소리 변화가 있거나 힘들게 되면 그때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과연 저는 어땠을까요.

2. 수술방으로 이동

저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참 기분 나빴습니다. 천장이 모두 하늘로 되어 있는데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게 굉장히 환자 입장에서는 싫었습니다. 세브란스에 건의할 일이 있다면 이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수술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천당의 느낌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수술방으로 가기 위해서 대기하는 곳에서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었고 다양한 병명을 가진 환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전 눈물도 흘렸습니다. 너무 어린아이가 수술대에서 수술이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그 담담한 모습에서 눈물이 펑펑 흘러 내렸습니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어서 이불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아마도 의료진들은 수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을겁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이 공간에 있는 모든 환자들의 성공적인 수술을 빌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생각보다 지루하고 다채로웠던 대기실에서 드디어 저를 찾았습니다. 또 다시 수술하는 쪽을 묻습니다. 수술 날에만 열 번 넘게 질문을 받았던 거 같습니다. 문득 저는 의료진이 확실히 알고 있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수술방에서 마지막으로 묻는 질문에 정확하게 체크되어 있는지도 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이야기하자 수술방에서는 빵터졌고 저에게 그럼에도 잘한 질문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병원에서 치료 위치를 잘못 치료 한 적이 있어서 그때 이후로 저는 한 번 더 확인하는게 맞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의료진들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저는 안심했습니다.  수술실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비슷했고 교수님의 컨디션 또한 좋아보여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전 바로 이어지는 의사의 말에 놀랄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수술 후 깨어나다.

마취약이 들어가고 잠이 오는것 같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이야기하자 의사분이 이미  끝났습니다 하며 웃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바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수술이 잘 되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고 생각보다 교수님의 위로는 크게 다가왔습니다. 잠시 잠을 잔거 같은데 이 모든게 끝이 났다니 그동안의 걱정과 시름이 다 없어진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시 병실로 올라왔을때 뭐든 할 수 있겠다 다짐했습니다. 생각보다 수술부위가 아프지 않았는데 아마도 마취  덕분일겁니다. 갑상선을 떼어낸 자리는 내 살 같지 않은 느낌이고 1년 가까이 보낸 지금도 그러한 느낌은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가장 걱정되기도 했던 목소리는 어땠을까요. 수술방에서 병실로 옮겨지며 용기가 안나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목소리를 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감사기도를 드릴수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네요. 평소 목소리와 별다를거 없어서 저 또한 놀랐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큰목소리는 아니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했습니다.
하지만 이얼마나 축복인지 감사기도를 출산이후에 아니 임신과정 이후에 가장 많이 드린듯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켜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는 갑상선암 수술에 뭔 그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처음겪는 암 수술과 앞으로 어떤 암이라도 올수 있겠다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의 갑상선암 수술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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